방영전부터 논란이 컸던 MBC의 '나는 가수다', 음악프로그램이 아니고 예능프로그램이고, 7위의 탈락은 참여 가수들에게는 긴장감과 시청자들에게는 흥미를 주는 장치이기에 충분히 이해할만하지 않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그동안 (심야 음악프로그램을 제외하고) TV를 통해서 만나기 어려웠던 중견 가수들의 멋진 무대를 볼 수 있는 즐거움에다 10~20대들에게는 생소할만한 옛노래를 내로라하는 실력의 가수들이 요즘 감각에 맞게 재해석을 해 부르는 모습은 정말이지 감동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윤도현 본인은 아쉬운 무대였다고 말했지만, YB밴드, 그리고 피아니스트 유니가 함께 이선희의 '나 항상 그대를'를 부른 윤도현의 무대와 김범수가 부른 '그대 모습은 장미', 정엽이 부른 '짝사랑'은 원곡과는 색다른 분위기로 원곡을 아는 분들에게는 이렇게도 바뀔 수 있구나라는 놀라움을, 처음 듣는 이들에게는 신선함을 주기에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소라, 백지영, 박정현 또한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한시간이 넘는 방송시간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고, 흥미진진한데다 감동까지 주었던 올해들어 새로이 시작된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더 인상적인 프로그램이 될 것이란 기대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십여분은 정말 최고의 프로그램이 될 뻔한 '나는 가수다'를 최악의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예상외로 김건모가 7위로 탈락이 발표되자 후배가수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고, 눈문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김제동의 재도전 요청에 제작진은 긴급회의를 했고, 김건모에게 선택권을 주기에 이릅니다. 김제동의 재도전 요청은 의례 그럴 수도 있는 장면이었습니다만 제작진은 정말이지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맙니다. 프로그램의 중심이 되어 프로그램을 이끌어가야만 하는 PD가 룰을 깨고, 긴급회의를 한 뒤 참가한 가수에게 선택권을 넘겨버리고 만 것입니다.

(참고로, 탈락 발효 후 재도전을 선택하는 과정에대한 여러가지 추측과 루머가 있지만, 방영된 장면에 대해서만 판단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프로그램 초반 '탈락'이라는 프로그램을 위한 장치로 인한 비판을 가수에게 선택권을 넘김으로서 제작진은 비판으로부터 피하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밖에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더욱이 재도전의 선택권을 제작진으로부터 넘겨받은 김건모 또한 재도전을 받아들이는 악수를 두며 한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의 즐거움과 감동이 황당함으로 바뀌고 맙니다.

김영희 PD 자신이 탈락자를 발표하기 전에 '탈락'이라고 생각하보다는 다른 가수에게 '양보'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주었으면한다고 말하지 않았더냐는 말입니다. 재도전의 선택권을 가수에게 주는 순간 자신이 한 말을 뒤집어 버린 것입니다. 재도전을 수락하게 되면 양보하지 않는 게 되어버리고 마는 상황이란 것을 제작진은 알면서도 제작진 스스로가 그런 상황에 가수를 빠뜨리고 만 것입니다.

게다가 재도전을 받아들인 김건모 또한 스스로 어려운 시간을 내어 가수들의 무대를 보러 온 청중평가단이 내린 결론을 깨는 것이고, 룰을 깨는 것인데다 자신이 재도전을 하는 게 물의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말해놓고서는 그와 같은 선택을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단 십여분만에 프로그램을 망쳐놓고서는 김영희 PD는 누구에게나 재도전을 허용하겠다며 수습에 나섭니다만 이미 수습하기에는 늦어버리고 맙니다.

김영희 PD와 김건모 모두 자신의 말과는 다른 선택을 하는 모습을 보며 시청자들은 어떤 감정과 생각을 갖게 되리라는 것을 자신들은 전혀 몰랐던 걸까요?

방송 후,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스스로 룰을 깬 제작진과 자신이 한 말과는 달리 그것을 받아들인 김건모에대해 비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탈락자가 계속 재도전을 해 7명이 계속 출연하고, 대기자는 계속 기다리기만 할지도 모른다는 유머까지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탈락한 김건모에게는 안타까움과 아쉬움, 대기하고 있던 가수에게는 놀라움과 기대감, 그리고 1위를 한 윤도현에게는 축하와 감동이 돌아가야만 했지만, 지금은 김건모와 제작진에대한 비난으로 채워지고 있지 않냐는 말입니다. 지금 상황은 당연히 1위가 누렸어야할 스포트라이트를 뺏어가버린게 되지 않았냐는 말입니다.

단 십여분만에 최고의 프로그램을 최악의 프로그램의 만들어버린 제작진과 김건모, 초반 논란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비난이 들끓고 있는, 기대과 감동이 실망으로 변해버린 이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나는 가수다' 또한 일밤을 통해 선보였던 앞선 프로그램들처럼 실패한 프로그램으로 남을 확률이 커 보입니다.